시리즈의 네 번째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인공지능이 탑재 된 로봇 페퍼(pepper)에 대해 알아봅니다. 혹시 아직 시리즈의 지난 컨텐츠를 보지 않으셨다면 먼저 확인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AI 이야기] 인간에게 도전한 인공지능 (1)딥 블루(Deep Blue)
[AI 이야기] 인간 VS 인공지능 (2)왓슨(Watson)
[AI 이야기] 인간 VS 인공지능 (3)딥러닝의 시대를 연 알렉스넷(AlexNet)
과거 공상 속이나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로봇은 이미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람 대신 위험한 일을 하고, 지루한 반복 작업을 수행하며, 명령에 따라 주어진 일을 빠르고 오차없이 수행하고 있죠. 다만 우리가 꿈꿔 온 사람을 닮은 로봇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Humanoid)*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의미하는 ‘Human’과 ‘~와 같은 것’을 의미하는 접미사인 ‘oid’의 합성어인 휴머노이드의 정의처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로봇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화 ‘바이센터니얼 맨’**에서 고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앤드류’ 처럼 가족의 구성원처럼 교감할 수 있는 친숙하고 든든한 로봇이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로봇, 페퍼(pepper)
휴머노이드는 2000년 혼다가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로봇 ‘아시모’를 개발한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아직 사람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죠. 더구나 영화 속 휴머노이드처럼 사람과 상호 교감할 수 있는 존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초로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이란 타이틀을 붙인 페퍼를 발표합니다.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감정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소개하며 페퍼를 선보였죠. “페퍼가 드디어 일반 가정에 가족의 새 일원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라는 그의 말에 페퍼의 지향점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페퍼를 가능하게 한 2가지 기술
첫번째는 감정 인식 기술입니다.
페퍼는 얼굴 표정을 보거나 음성을 듣고 사람의 감정을 인식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발표회에서 손정의 회장이 페퍼 앞에서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그건 가짜로 웃는 거다”라며 “눈이 웃지 않잖냐”라고 지적했죠. 이 대답을 들은 손정의 회장이 웃어 보이자 페퍼는 “그게 진짜 웃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페퍼는 기존에 프로그래밍된 대로만 행동하는 게 아니라 페퍼를 입양한 가족 구성원의 감정을 인식해 스스로 행동 양식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페퍼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기뻐했다면 페퍼가 더 자주 춤을 춘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입니다.
페퍼에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 양식을 인식하는 센서와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머리에 마이크와 카메라 터치 센서, 가슴에는 자이로센서, 손으로 하는 터치 센서, 음파 센서, 레이저 센서, 범퍼 센서 등이 들어가 있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죠. 덕분에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고 점수화 해서 사람의 감정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모든 페퍼는 연결된 클라우드를 통해 학습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수 천대의 페퍼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인지한 감정과 반응들을 클라우를 통해 다른 페퍼들과 공유한다는 의미죠. 즉 이런 과정을 통해 모든 페퍼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분명 프로그래밍된 그대로 작동하는 기존의 로봇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입니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만남을 통해 가능해졌죠. 그래서 손정의 회장은 사랑을 가지고, 스스로 성장하는 로봇****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계에 부딪혀버린 페퍼의 현황
분명 페퍼는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초기 물량 1000대가 1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었죠. 이후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 매장은 물론 은행, 카페, 호텔 등 서비스 현장에 도입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대형마트, 은행, 서점 등에 도입되어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페퍼는 신규 생산을 중단했고, 관련 사업 부문도 축소했다는 소식입니다.***** 등장 당시 받았던 기대에 비해 상당히 아쉬운 근황이죠. 출시 당시 광고******를 보면 완벽에 가까운 반려 로봇이 될 것 같았던 페퍼였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겁니다.
마무리하며
이렇게 페퍼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휴머노이드의 꿈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페퍼를 가능하게 한 감정 인식 기술과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은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있으니까요.
얼마전 페퍼 관련 기사를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AI의 의사결정과정을 음성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는 내용이였죠. `로봇이 생각하는 것을 사람이 들을 수 있다면 로봇을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인간의 인지 과정을 본뜬 소프트웨어와 문서-음성 변환 프로세서를 결합해 페퍼에 심었다******* 합니다.
이 연구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인공지능에 관한 인류의 불안을 덜어 줄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AI와 로봇에 관한 신뢰를 높여주고,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를 보면 머지않아 인간의 사랑과 같은 고차원의 감정까지 이해하며, 우리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AI 로봇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References
[1] 인간과 교감하는 감성로봇 관련 기술 및 개발 동향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624558248286.pdf
[2] https://ko.wikipedia.org/wiki/페퍼_(로봇)
[3] https://namu.wiki/w/페퍼(휴머노이드)
[4] 소프트뱅크 로봇 ‘페퍼’의 경쟁력 강화 https://now.k2base.re.kr/portal/trend/mainTrend/view.do?poliTrndId=TRND0000000000032396&menuNo=200004&pageIndex=
[5]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페퍼 소개 페이지https://www.softbankrobotics.com/emea/en/pepper
[6] [Interview] 사카타 다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최고사업책임자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0&t_num=13610992
[7] [취재파일] 4차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④ - 소프트뱅크 로보틱스편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290631&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8] 소프트뱅크, 감정인식하는 로봇 발표…판매가 200만원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1406050007
[9] 로봇에게 ‘마음 속 생각’을 말하게 했더니…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992311.html#csidx94cbfaa021f9dff801d28b1b478f674
[10] 고객과 대화 나누는 감정인식 로봇 페퍼(Pepper) https://youtu.be/t2VgzMyhk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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