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위치를 넘보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며 인간 능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바둑, 운전, 번역, … 그리고 이제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창작에 이르기까지. 이런 인공지능의 활약을 지켜보다 보면 인간으로서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이 됩니다.
그리고 이미 예술가의 자리를 넘보는 인공지능들이 있습니다. 시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죠.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봅니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인공지능을 예술가로 인정할 수 있나? 그럼 이제 인간은 예술에서 손을 떼야 할까?
예술의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를 보며 위 질문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시작은 텍스트 언어에 집중하고 있는 ‘트위그팜 언어처리 엔진 LETR’와도 가깝게 느껴지는 문학 작품을 쓴 인공지능들부터 살펴봅니다.
인공지능이 쓴 소설과 시
인공지능이 날씨나 스포츠 시합 결과, 사건사고 같은 뉴스 기사를 쓰는 거라면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신속성, 객관성, 신뢰성이 중요한 언론 기사의 특성 상 인공지능에 더 잘 맞을 것도 같고요.
그런데 2016년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 공모전의 1차 예심을 통과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일본 니혼게이자 신문이 주최하는 공상과학 문학 공모전에서 전문가인 심사위원들을 속이고, 인간이 쓴 소설들과 당당히 경쟁해 심사를 통과한 겁니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란 제목의 인공지능 자신이 주인공인 일인칭 단편 소설입니다. 게다가 실제 읽어 보면 약간 섬뜩한 느낌마저 드는데, 소설이 다음과 같은 구절로 마무리되기 때문이죠. “…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컴퓨터는 자신의 재미 추구를 우선하고, 인간에 봉사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이어서 2017년에는 인공지능이 시집도 냈습니다. 중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인공지능 ‘샤오이스(小氷)’가 쓴 시들을 모은 시집이 출판되었죠. 샤오이스는 현대 시인의 작품 수천 편을 스스로 학습했는데, "비가 해풍을 건너와 드문드문 내린다", "태양이 서쪽으로 떠나면 나는 버림받는다" 같은 감성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게다가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 라는 시집의 제목도 인공지능이 직접 지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쓴 시나리오
2016년 영국에서 개최된 ‘사이파이 런던 영화 페스티벌(Sci-Fi Londonfilm festival)****’에선 <선스프링(Sunspring)*****>이라는 단편 영화가 주목을 받습니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였기 때문이죠. ‘벤자민’이란 이름의 이 신인 시나리오 작가는 머신 러닝을 통해 ‘스타워즈’같은 SF 영화 수 백 편을 학습하고는 스스로 이 영화의 각본을 쓴 겁니다.
다만 다소 개연성 없는 장면이나 대사도 있어 호평을 받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 덕분인지 벤자민은 두 번째 작품을 통해 더 발전한 모습을 선보이죠. 시나리오 작가들의 파업으로 인공지능이 대신 시나리오 작가를 맡는다는 좀 더 탄탄한 시나리오의 <It`s no game>이란 단편 영화를 만들었죠. 인간 작가도 처음부터 좋은 작품을 쓰기는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발전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동 창작을?
<프랑켄슈타인>의 작가로 유명한 메리 셸리******의 이름을 딴 인공지능 ‘셸리’는 공포 소설을 썼습니다. MIT의 개발자들은 인터넷의 괴담을 모아 셸리를 훈련했고, 셸리는 트위터*******를 통해 괴담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점은 셸리는 트위터 유저들과 상호작용하며 일종의 공동 창작을 했다는 점입니다. 셸리 또는 트위터 유저가 한 두 문장을 써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후 인간과 인공지능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이었죠. 즉 셸리가 100% 창작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과 공동 창작을 해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에서 한 차원 더 발전한 겁니다.
지금까지 시, 소설, 시나리오 등 문학 작품을 써 내려간 인공지능들을 살펴봤습니다. 다음에는 이어서 미술, 음악 등 다른 창작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활동에 대해 더 알아 볼 예정입니다.
또한 다가 올 인공지능의 시대에 창작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 및 인공지능과의 공존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겠습니다.
***** 개발자 Ross Goodwin & Oscar Sharp TED 강연 'Machines Making Movies' https://youtu.be/uPXPQK83Z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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