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시, 소설, 시나리오 등 문학 작품을 써 내려간 인공지능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만 다양한 인공지능의 창작 사례들을 살펴봤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머리 속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하나가 계속해서 맴돕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쓴 문학은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보게 된 소설가 김영하의 인터뷰를 통해 제3의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가의 의견은 ‘모험심을 제약받는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이 훌륭한 문장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적재적소에 문장을 배치해서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은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표현으로 뛰어난 문장을 쓸 수도 있을 겁니다. 또는 인공지능이 쓴 어딘가 낯설고, 이상한 문장이 오히려 더 문학적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힘든 기계가 우리가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장편 소설을 쓰기는 쉽지 않을 거란 예상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인간지능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모르는 현 시점에서 앞날을 예측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불과 몇 십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이 원고지가 아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요. 섣부르게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우선 현 시점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을 살펴보며 좀 더 생각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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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작곡하는 인공지능의 등장
음악은 진작부터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주목받았던 분야입니다.
이미 1950년대 미국에서는 작곡하는 컴퓨터 일리악(iliac)**이 16세기의 곡들을 분석, 수학적 방법으로 ‘현악 4중주를 위한 일리악 조곡(The Illiac Suite for the String Quartet)’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하이든, 바흐 같은 위대한 고전 작곡가들이 엄격한 화성법을 따라 작곡했던 것과 같이 수학적 구성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었죠.
이후로도 기계가 기존의 음악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음악을 만드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습니다. 더구나 기계 학습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가 작곡하는 음악의 완성도도 더 올라갔죠. 그 중에서도 특히 클래식을 작곡하는데 인공지능이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 순간이 2012년 런던 교향악단(London SymphonyOrchestra)이 ‘심연 속으로(Transits-Intoan Abyss)’이란 곡을 연주한 겁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이아모스(Iamos)라는 이름의 기계가 만든 곡을 연주하며 이슈를 불러일으켰죠. 아이러니 하게도 보수적이라 여겨지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드는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 겁니다.
딥러닝을 통해 작곡하는 인공지능
이후 딥러닝을 활용해 작곡하는 인공지능이 속속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에이바(Aiva)****는 3만 개가 넘는 기존 곡들을 학습해 영화 OST를 작곡했고, 실제 미국 LA의 소니 픽처스에서 에이바가 작곡한 곡을 연주하고, 녹음했습니다.***** 특히 에이바는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음악저작권협회(SACEM)에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은****** 최초의 인공지능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에이바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술을 이용한 딥러닝 알고리즘에 기반합니다. 강화학습은 현재 상태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최적인지를 학습하는 것으로 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최적의 수를 학습하는데 이용하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즉 에이바는 무수한 학습을 통해 더 잘 어울리고, 평가가 좋은 음악 구성법을 습득한 겁니다.
또한 2016년 구글은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 마젠타(Magenta)를 발표하고, 머신 러닝 기술인 텐서플로우를 활용해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한편 소니 역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로우머신즈(flowmachines)가 만든 두 개의 곡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플로우머신즈는 약 13,000개의 기존 곡을 분석해 새로운 곡을 만들었는데, 비틀즈와 같은 유명 뮤지션의 곡과 유사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작곡하는 인공지능의 한계와 가능성
인공지능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곡을 작곡해 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기존의 수 많은 명곡들을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작곡한다는 점에서 이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인공지능 작곡가도 알고 보면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인간 개발자의 세밀한 조정과 개입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직접 작곡한 곡을 연주하거나 노래할 수도 없죠. 이런 부분은 모두 섬세한 인간의 손길에 의존해야 합니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에 의해 음악을 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작곡한 것과 인간이 작곡한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경험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더구나 무조건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이 인공지능이 만든 것보다 더 가치있다고 단정할 자신도 없습니다.
다양한 창작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음에는 문학과 음악에 이어 미술 영역에서의 사례를 살펴보고, 과연 인공지능의 창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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