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문학과 음악 부문에서 창작 활동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창작 영역인 미술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에 관해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창작하는 인공지능의 앞날에 대해 전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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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로봇>에서 인간 형사 델 스푸너는 로봇 서니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눕니다.
스푸너: 로봇이 교향곡을 쓸 수 있어? 로봇이 캔버스에 멋진 명화를 그릴 수 있냐고?(Can a robot write a symphony? Can a robot turn a canvas into a beautiful masterpiece?)
서니: 당신은 할 수 있나요?(Can you?)
이 영화가 개봉한지 2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글을 쓰고,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이 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괜한 인간부심인지, 마음 한 편에서는 ‘인공지능, 너를 예술가로 인정해야 할까?란 의문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굳게 믿어왔던 예술인데, 이제 기술은 기계와 인간이 만든 작품을 명확히 구분하기힘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럼 앞으로 인간은 예술에서 손을 떼고, 기계가 만든 예술을 감상만 하면 되는 걸까요?
추상화를 그리는 인공지능 화가
대표적인 인공지능 화가로는 구글이 만든 딥드림(Deep Dream)이 있습니다. 딥드림은 인공 신경망을 통해 이미지를 인식해 저장하고, 이 이미지의 특징들을 재해석해 시각화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딥드림이란 이름처럼 몽환적이면서 추상적입니다.
이런 딥드림의 원리는 반 고흐의 화풍을 학습해 추상적 이미지를 만드는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우선 알고리즘이 이미지 속에 담긴 요소들을 쪼개서 분석해 데이터화하고, 패턴을 찾아내죠. 그 다음 학습된 이미지 패턴을 적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작합니다. 덕분에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평범한 대상도 추상적인 예술로 바꿔줄 수 있습니다.
구글은 직접 이미지를 직접 업로드해 딥드림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웹사이트(https://deepdreamgenerator.com)를 열어 두었습니다. 이제 누구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나만의 그림을 만들어 감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렘브란트를 부활시킨 인공지능 화가
네덜란드에서는 렘브란트가 그린 작품의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한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라는 인공지능 화가가 나왔습니다. 광고 회사 월터 톰슨이 기획해 ING,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2년간 협업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단순히 렘브란트 화풍의 그림을 그리는 정도가 아니라, 물감이 만들어내는 그림 표면의 질감까지 완벽히 재현했다는 점입니다. 넥스트 렘브란트는 물감의 두께로 인한 그림의 3차원 구성을 데이터로 분석해 알고리즘으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유화 고유의 질감까지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인공지능
딥드림이나 넥스트 렘브란트는 모두 기존 예술가의 화풍을 모방했습니다. 물론 인간의 경우에도 창작의 시작은 수 많은 예술 작품을 보고, 모사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럼 인간은 어떻게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걸까요? 예술적 창조에 대해 연구한 콜린 마틴데일(Colin Martindale)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우선 (인상주의 같은) 기존 스타일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없어야 하며, 그와 동시에 예술작품이라 부를 수 있는 형태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 이론에 착안해 페이스북 AI 팀은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s)을 제안합니다. CAN은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을 기반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그림들과 각 그림의 스타일 분류 정보를 학습데이터로 사용했죠. 즉 수 많은 기존 화가가 그린 작품을 학습한 후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그려내는데 성공했습니다.
CAN은 임의의 벡터 이미지로부터 새로운 그림을 그리되, 기존의 스타일을 모방하지 않으면서 예술 작품으로써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학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연구팀이 발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존의 모던 아트와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마무리하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고대 시대부터 인간은 새로운 예술 사조를 창조해내고, 이를 다양하게 재창조하면서 계속해서 예술의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창작의 기술과 도구 또한 계속해서 발전해왔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게 될 것이라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동안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며 창조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던진 충격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기존의 예술가나 창작의 영역을 대체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시켜 준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마치 붓, 물감, 악기 같은 도구가 등장해 예술가에게 도움이 되었듯, 인공지능도 또 다른 창작의 도구이자 나아가 새로운 협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References
[1] Deep Dream https://en.wikipedia.org/wiki/DeepDream
[2] 그림도 그리는 구글 인공지능 ‘딥드림’ https://www.news1.kr/articles/?2602024
[3] 인공지능이 그린 렘브란트의 신작? http://www.techholic.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918#rs
[4] The Next Rembrandt 다큐멘터리 https://youtu.be/IuygOYZ1Ngo
[5] Machine Creativity Beats Some Modern Art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17/06/30/150666/machine-creativity-beats-some-modern-art/
[6] [AI ART 예술의 의미를 묻다] ⑧이광희 박사 "AI 화가에게 예술적 창의성이란"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30/2019113000307.html
[7] [IT열쇳말]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 http://www.bloter.net/archives/311614
[8] CAN: Creative Adversarial Networks Generating“Art” by Learning About Styles and Deviating from Style Norm https://arxiv.org/pdf/1706.0706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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