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에디팅, 번역 업계 종사자 또는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용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입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연상하는 분들도 있죠. 포스트 에디팅(Post-editing, PE)이란, 단어 그대로 추후에 이루어지는 에디팅, 수정 내지는 감수를 말합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기계번역으로 얻어진 번역 결과물을 번역사가 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기계번역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MTPE(Machine Translation Post-Editing)’라고도 합니다. 이 작업을 하는 번역사는 ‘포스트 에디터(Post-editor)’라고 하죠. 최근 기계 번역이 대두 되면서 점차 그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포스트 에디팅 작업으로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말뭉치 사업, 즉 코퍼스(corpus) 사업이 있습니다. 특정 분야 또는 업계에 관련된 방대한 양의 문장을 기계번역 프로그램으로 1차 번역한 후 그것을 번역사가 감수하는 작업입니다. 기계번역의 성능이 좋을수록 포스트 에디팅에 걸리는 시간이 짧고 반대로 기계번역의 성능이 떨어지면 그만큼 번역사의 포스트 에디팅 시간도 길어집니다. 그 뿐만 아니라, 캣툴을 사용한 번역 과정에서 캣툴 프로그램이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번역문을 수정하여 완성하는 작업도 일종의 포스트 에디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아직도 많은 번역사들에게 포스트 에디팅은 달가운 작업이 아닙니다. 번역사들이 하던 번역이라는 작업을 기계번역 프로그램이 대체하고 기계번역이 만들어낸 초벌 번역 결과물을 검토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계를 보조한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포스트 에디팅을 통해 기계번역 결과물의 품질이 향상되고 더 나은 결과물이 쌓일수록 기계번역 프로그램의 성능이 개선되기 때문에 번역사의 입장에서는 언젠가 인간 번역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계번역 프로그램의 성능이 낮은 경우 포스트 에디팅 작업이 번거로워지고 아예 다시 번역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코퍼스 사업에 투입되는 번역사의 경우 초벌 번역이 된 것을 추후 감수한다는 점 때문에 인건비가 적게 책정되지만 기계 번역 결과가 형편없을 경우 사실상 번역사에게는 더 번거로운 일이 되어 버리는, 한마디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작업이 되다 보니 기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기계번역에 대한 시선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기계번역 프로그램의 성능 자체도 좋아졌고, 번역사 역시 기계번역을 작업 도구로 생각하여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번역사가 기계번역이라는 하나의 첨단 기술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포스트 에디팅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번역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계번역 개발 회사도 프로그램 성능에 번역사의 포스트 에디터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포스트 에디팅 작업 자체에 큰 비중을 둡니다.
또한 포스트 에디팅이 단순히 기계번역 프로그램의 성능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번역사의 번역 품질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이 점차 부각되고 있습니다. 일반 번역 작업에서 기계번역을 활용하면, 기계번역의 빠른 결과물 도출과 다양한 방안 제시라는 장점에 번역사의 세심한 검토와 선택이 더해져 더 나은 품질의 번역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번역 시간이 절약되는 것은 당연하겠죠. 이 점은 번역사 뿐만 아니라 번역회사, 더 나아가 의뢰인에게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작업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비용 또한 절약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진 포스트 에디팅 작업에 있어 번역사는 단순히 사후 감수의 역할만 하는 것 일까요? 사실상 기계번역을 활용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포스트 에디팅인 만큼 번역사가 그 핵심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포스트 에디팅 없이는 기계번역의 번역 결과물 품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최종 감수자로서 번역사는 간편해진 작업에서 놓칠 수 있는 사소한 실수와 오류를 발견하고 최대한 완벽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번역 회사 또한 포스트 에디팅을 통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작업이 가능해진 만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량도 많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젝트에 따른 효율적인 번역사 인력 자원 배치와 관리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작업의 언어 방향에 따른 번역사 검증과 배치 문제입니다. A 언어에서 B 언어로 기계 번역된 결과물을 포스트 에디팅 할 경우, B 언어에 매우 정통한 번역사가 작업을 해야 작업 효율과 완성도가 높습니다. 일반 번역 작업에서도 이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포스트 에디팅에서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번역사의 포스트 에디팅이 번역 작업의 최종 감수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언어 능력이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번역사가 할 경우 최종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재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와 같이 포스트 에디팅 시대에도 번역 회사의 중개 및 관리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기계번역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는 포스트 에디팅은 용어 자체는 새롭지만 번역 작업에서 늘 해왔던 작업 이기도 합니다. 향후 기계번역 내지는 인공지능 번역 기술의 향상과 함께 포스트 에디팅에 대한 연구와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미래의 번역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포스트 에디팅에 대하여 번역사, 번역 회사 등 번역업계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포지셔닝을 다시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지콘스튜디오에서 레터웍스로 이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