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무한 경쟁 시대입니다. 어느 특정 분야가 아니라 모든 산업이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의 번역 시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번역 회사에 맡기거나 주변에 해당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지인에게 번역을 부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다양한 플랫폼에서 간편하게 번역 의뢰를 하거나 또는 자기 홍보를 통해 번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생겨나는 번역 서비스 플랫폼들
최근 생겨나는 번역 플랫폼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프리랜서 마켓 플레이스 같이 단순히 번역 시장만을 타겟으로 하지는 않지만, 프리랜서가 많이 포진된 업계를 겨냥한 플랫폼에서는 자기 홍보만 잘 한다면 누구나 번역을 할 수 있습니다. 의뢰 횟수가 많아지고 만족도 평가를 높게 받으면 그만큼 더 찾는 사람도 많아지겠죠. 대신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경쟁 플랫폼인 만큼 번역 단가의 하한선 자체는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또 번역 플랫폼 이기는 하지만 (기존 번역 회사의 PM 역할 없이) 들어온 의뢰를 여러 번역사에게 전달하고, 번역사가 제시하는 비용을 비교하여 의뢰인이 그 중 한 번역사를 선택하는 방식의 플랫폼도 있습니다. 번역사가 자기 소신으로 번역 단가를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역시 경쟁이기 때문에 (기존에 서로 거래를 한 이력이 없다면) 결국 어느 정도 경험을 갖춘 번역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를 제시해야 선택 받을 확률이 높겠죠.
이렇듯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나타나면서 의뢰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의뢰를 받는 사람도 더 이상 번역 회사를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번역사의 약력과 경력을 비교해가며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피의뢰인, 즉 번역사의 입장에서도 어쩌면 중개 회사를 거칠 때보다 많은 이윤을 남길 수도 있고 진입 장벽에 낮아 쉽게 번역 시장에 접근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이제는 번역을 위해 반드시 번역 회사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 일까요? (만약 여전히 번역 회사가 필요하다면) 의뢰인과 번역사의 직거래가 가능해진 상황에서도 번역 회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번역 회사만의 강점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 할까요?
번역 회사만의 강점: 데이터베이스와 축적된 노하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번역 회사는 단순히 의뢰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소극적인 역할만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번역 회사가 중간에서 번역 의뢰를 번역사에게 전달하고 번역본을 다시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역할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번역 회사는 의뢰인과 번역사의 사이에서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번역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것이죠. 의뢰인을 위해서는 자질을 갖춘 번역사를 검증 및 추천해주고 최선의 번역 품질을 위해 번역사와 끊임없이 소통합니다. 또한 번역사를 위해 번역 업무에만 집중하고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뢰인의 요청이나 문의를 사전에 해결해주고 번역사에게 필요한 자료를 받아서 전달합니다. 이것이 바로 번역 회사가 번역 프로젝트에서 일정한 이윤을 가져가는 이유이자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감수와 확인도 없이 그저 번역본을 전달하기만 하고, 의뢰인의 문의와 간혹 생기는 민원을 그대로 번역사에게 전가해 버린다면 번역 회사의 존재 가치는 떨어져 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번역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그간 쌓아온 데이터와 번역 PM의 경험입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번역사라 해도 번역 회사의 데이터만큼 다양한 자료를 갖출 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 차이가 있는 것이죠. 번역 PM 역시 실질적인 번역을 하지 않더라도 보다 거시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번역 프로젝트에 필요한 요소를 캐치하고 제공하는 경험을 갖춘 인력입니다. 이 데이터라는 자산이 실제 번역 품질 향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번역 PM이 자신의 경험과 회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의뢰인 또는 기업에 얼마나 맞춤형 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번역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번역 회사 고유의 역할과 가치
결국은 이런 번역 회사 고유의 역할과 가치를 의뢰인과 번역사에게 충분히 어필해야 합니다. 무한 경쟁 시대라는 것은 누구나 진입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쩌면 진정한 가치를 가진 번역 회사에게는 더욱 유리한 시장이 될 수 있겠죠. 그러므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의뢰인이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 타당한 이유와 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번역사가 직거래가 아닌 에이전시를 통해 프로젝트를 참여하는 것이 (단순히 다양하고 많은 업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이외에) 번역사의 업무에 있어 실질적인 이득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번역사와 번역 회사의 이윤 쉐어가 타당하다는 상호 이해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업계 생태계의 선순환이 물가 상승률과 상관없이 제자리 걸음인 번역 요율 향상에도 직접적인 촉진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지콘스튜디오에서 레터웍스로 이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