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은 Spear? Window?
우리는 손쉽게 많은 번역 프로그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을 거란 보장을 해주진 않습니다. 가끔 번역기를 돌리다 보면, 웃지 못할 결과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무기로 된 ‘창’을 사용했다는 것을 영어로 번역하고 싶은데, 간혹 ‘Spear’이 아니라 ‘Window’로 번역되는 것처럼요.
기술이 발달하고, 미래에 ‘번역가’라는 직업은 없어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이때. 왜 번역기의 번역이 어색한 걸까요? 아직은 ‘언어’의 복잡성을 담기에 기술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한국의 번역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기에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번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첫째, ‘문법’의 차이입니다.
각 언어는 고유한 특성이 깃든 문법의 구조와 규칙성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해당 언어를 습득합니다. 뼈대를 잡고 그 안에서 대입해 나가며 배우기도 하지요. 하지만 각 언어의 문법이 같은 어순으로 진행되지는 않을뿐더러, 한 언어에도 문장의 장단(長短)에 따라 어순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즉, 문법에는 규칙에 일일에 대입되지 않는 변칙성이 있습니다. 언제나 ‘예외’라는 것이 있고, 언어에는 유사점만큼이나 차이점도 많기에 아직은 그 모든 것을 담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비언어 상황을 고려할 수 없는 점입니다.
언어는 ‘말’과 ‘대화’로 이뤄져 있고, 비언어는 이 언어를 제외한 의사소통행위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언어만큼이나, 비언어를 많이 사용하지요. 몸짓, 시선, 표정, 접촉 등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음성 하나에도 어조와 속도, 성량 등을 달리해 소통합니다. 비언어는 몸짓 언어만을 뜻하지도 않아서, 옷이나 장신구, 소품 등도 비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언어로, 우리는 상대방의 의중을 읽기도 하고, 미처 언어로 전해지지 못한 것들의 이면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번역, 특히 프로그램 번역은 글자로만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비언어가 담기지 않아 뜻을 파악하기 훨씬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겠습니다.
셋째,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담고 있지 않기에, 번역에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각 나라의 맥락에 따라 어떤 언어는 화자 중심의 직접적인 언어를 구사하기도 하고, 어떤 언어는 청자 중심의 간접적인 언어를 구사하기도 합니다. 또, 그 나라의 생활 양식이나 유행을 따라 언어는 생성되기도, 사멸되기도, 변화하기도 하지요. 특히 디지털 세대, 디지털 매체에서는 그 변화의 양상이 더욱 빠릅니다. 그러니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 속, 그만큼 변화무쌍한 언어를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으려면 번역기 또한 시대적 맥락과 역사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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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번역 프로그램들이 또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번역기가 완벽하게 우리 뜻대로 번역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의 세상과 우리는 또 어떻게 발전해 있을까요?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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