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한국어 번역이 다른 언어에 비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한국어가 가진 특징들이 한국어 고유의 특징인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장 대표적으로는 높임 표현이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라체, 하게체, 해체, 하오체, 해요체, 하십시오체 이렇게 종결 어미에 따라 높임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존칭 표현에 해당하는 단어들도 있죠. 진지나, 생신과 같은 단어처럼 말이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을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서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국어 번역이 특히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한국어 번역이 특히 어려운 이유를 주제로 레터를 써볼까 합니다. 평소에 궁금하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는 레터였으면 좋겠네요.
고립어, 굴절어 그리고 교착어
언어의 분류는 세 가지 기준으로 우선 이루어지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어는 교착어에 속하기 때문에 번역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각각의 개념에 대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고립어, 굴절어, 그리고 교착어 순으로 설명을 드려볼게요. 먼저 고립어입니다.
고립어란
고립어는 문장의 형태 변화가 없고 문법적 관계가 주로 어순에 의해 표시되는 언어를 말해요.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각 단어가 문법적인 변화를 나타내지는 않고, 각각의 단어가 문장의 순서상 어디에 배치되었는지에 따라 문법적 관계가 표시된다는 뜻이죠. 대표적으로 중국어가 여기에 속하는데요. 베트남어와 태국어 역시 고립어에 속하는 언어인데요. 고립어를 정리하자면 어순에 따라 단어의 문법적 쓰임이 정해지는 언어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굴절어란
다음으로는 굴절어입니다. 굴절어는 어형과 어미의 변화로 단어가 문장 속에서 가지는 여러 가지 관계를 나타내는 특징을 가진 언어를 말해요. 성, 수, 시제, 인칭 등의 문법적인 범주에 따라 변화를 하는 것이죠. 어순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어미, 그리고 인칭이 변화하는 법칙에 대해 잘 알아야 해당 언어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언어와 러시아어가 여기에 속하죠.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언어인 영어도 여기에 속합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영어를 고립어로 보는 입장도 있긴 하지만요.
교착어란
마지막으로 교착어에 대해 설명을 드려볼까 해요. 한국어와 일본어가 여기에 속하는데요. 흔히들 한국어를 할 줄 알면 일본어를 조금 수월하게 배울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요. 그건 바로 두 언어가 모두 교착어에 속해 비슷한 특징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나의 모국어와 아예 다른 특징을 가진 언어를 배우는 것보다는 비슷한 특징을 가진 언어가 더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교착어의 가장 큰 특징은 품사에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단어는 같으나 뒤에 어떤 품사가 붙느냐에 따라 그 문법적 역할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각각의 단어에 붙는 조사가 해당 문장에서 그 단어의 역할이 정해진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이러한 특징 때문에 어순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편입니다. 문장의 어느 위치에 가 있든 ‘은,는,이,가'가 붙으면 주어일 것이고, ‘을,를'이 붙으면 목적어, ‘-다'가 붙으면 서술어일테니 말이죠.
글을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면 한국어가 교착어라 번역이 특히 어렵다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딱 한 가지 이유만으로 정리하기는 사실 어렵고요. 이 밖에도 한국어만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들이 한국어 번역을 어렵게 한다고 이해하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앞에서 잠시 언급한 경어, 즉 존칭 표현이 많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겠죠.
Editor l 이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