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창작번역에 대해 앞서 여러 번의 레터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창작번역'이라는 주제만 가지고 레터를 작성해보려고 해요. 창작번역이란 무엇일까요? 영어로 쓰면 Transcreation이라고 적을 수 있는데요. 단어를 아시는 분들은 두 단어가 어떻게 합쳐진 것인지 짐작을 하실 거라 생각이 되는데요. 바로 번역, Translation과 창작, Creation이 합쳐진 단어인 것이죠. AI,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계 번역기가 인간 번역사를 따라오지 못하는 번역 유형이기도 해요. 근데 번역과 창작 조금 안 어울리는 두 단어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레터가 지금 느끼고 계신 그 의아함을 조금은 해결해줄 수 있는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창작번역이란 무엇일까요?
번역과 창작, 그 둘이 결합된 말이 아직도 어색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미 우리는 상당히 많은 곳에서 창작번역을 접하고 있어요. 위에 적은 것처럼 Transcreation은 신조어로, 문화적, 정서적 가치가 담긴 구어체 문장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번역의 한 분야를 말해요. 그리고 모든 번역에는 비중의 차이만 있을 뿐, Creation, 창작의 비중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죠. 어떤 때에는 번역 자체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할 때도 있고 말이죠.
법률, 의학, 계약서, 회사 내 공문서 같이 단어 별로 단어가 대응되는 직역이 아니라, 의역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창작번역에서 ‘창작'의 역할이 더 커지게 돼요. 단순히 해당 언어에 대해서만 이해하는 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관련된 문화, 역사는 물론 심지어 최신 경향의 유머, 개그 센스에 대해서도 알아야 더 만족스러운 번역 결과물을 낼 수 있어요.
전문번역, 카피라이팅, 그리고 그 중간 창작번역
번역을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카피라이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나 싶으셨나요? 비교를 위해서 적어본 것이었는데요. 대부분의 번역, 현지화 작업은 정보 중심적인 경우가 많아요. 매뉴얼, 계약서, 의학, 법률과 같은 전문 분야에 있어서는 ‘창작'이라는 영역이 끼어들 틈이 없죠. 이와 달리 카피라이팅은 어떨까요? 카피라이팅은 마케팅을 위한 목적의 문장인데요. 그래서 매우 주관적이거나 개성이 강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카피라이팅을 번역할 때에는 단어의 1:1 대응보다 그 뉘앙스의 의도를 잘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창작번역은 저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번역하는 것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역이 필요한 부분에는 직역이, 보다 나은 전달을 위해 창작이 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히 창작번역을 하는 식으로 말이죠. 모든 것에 트렌드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번역에도 그런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대마다 사람들이 바라는 번역 스타일이 달라지고 번역사는 그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창작번역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달려있는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기계번역, 아직은 인간의 영역을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 상태가 영원히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더 나은 번역, 더 좋은 번역을 위해 힘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럼 오늘 레터도 즐겁게 읽으셨길 바라며, 저는 다음 레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ditor l 이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