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이 상상한 인공지능은 신이 창조하거나, 인간에게 보내준 존재였습니다. 지난 글에 등장한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다는 판도라와 탈로스가 그렇죠. 즉 고대인에게 인공지능은 신이 내려준 축복, 또는 재앙이거나 극복의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살펴보게 될 사례들은 조금 다른 의미의 존재들입니다. 인간이 원해서 자신과 닮은 존재를 직접 만들게 된 경우죠. 다만 신화와 전설 속 이야기인 만큼 인간의 삶에 개입한 신의 존재감은 빠지지 않지만요.
고독감을 달래준 인공지능, 갈라테이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은 현실의 여인들에 실망한 나머지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대신 조각가이기도 했던 그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의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만들었고, 그만 자신도 모르게 조각상을 좋아하게 되어버렸죠. 사랑에 빠진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간절히 기도했고, 여신 덕분에 진짜 여인이 된 갈라테이아와 함께 살게 됩니다.
그렇다면 갈라테이아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보다는 인간의 창조물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감정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오늘날 공상과학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 즉 안드로이드에 가까운 존재죠. 또한 고독한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존재란 점에서는 어비스 크리에이션즈에서 만든 AI 기술을 탑재한 리얼돌 하모니**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인간을 위협한 인공지능, 골렘
골렘***은 유대 신화에 나오는 진흙으로 만든 인조인간입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프라하의 골렘(The Golem of Prague)으로 16세기의 유대 랍비 유다 뢰브 벤 베자렐(Judah Loew ben Bezalel)이 만든 이야기에 등장하죠. 이 골렘은 원래 유대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어느 날 랍비의 실수로 폭주해버려 살상과 파괴를 벌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골렘 왠지 인공지능과 닮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인간을 위해 충실한 종처럼 일합니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골렘처럼 폭주할 위험성 역시 가지고 있죠. 스티븐 호킹은 이렇게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지닌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생전에 호킹은 “나는 인공지능의 진보가 인간의 미래에 꼭 우호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악당(rogue) AI는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 밝혔죠. AI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AI를 윤리적으로 설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어쩌면 최초의 인공지능은 인간?
“하나님께서는 자기 형상을 따라 인간을 지으셨다.” (창세 1:26-27; 1고린 11:7; 에페 4:24; 골로 3:10; 야고 3:9)
기독교 전통에서는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신의 피조물인 인간도 자신처럼 생각하는 존재, 즉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어하죠. 그렇다면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어쩌면 최초의 인간 아담은 최초의 인공지능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수메르 신화에 따르면 신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노동할 존재로서 인간을 창조했습니다.****** 마치 골렘처럼 강가의 진흙을 재료로 사람을 만들었다고 전해지죠. 그리고 오늘날 인간도 신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대신해 노동할 존재, 즉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이 외에도 전 세계의 인류창조 신화를 살펴보면 동서를 막론하고 비슷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중국신화도 창조여신 여와*******가 자신을 닮은 존재로서 인간을 창조했다고 하죠. 이런 사례들을 보다 보니 고대부터 인간은 창조주가 그러했듯 자신을 닮은 존재인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무리하며
이제 인류는 자신을 닮은 존재를 넘어,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를 창조하려 합니다. 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이제 스스로 창조주가 되려는 것이죠. 그렇기에 인공지능은 건드려선 안 될 금단의 열매가 될 수도,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열 황금 열쇠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이겠죠. 결국은 인공지능의 창조주인 우리, 즉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너무 과학기술의 발전에만 매몰되어 있다 보면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이렇게 ‘인공지능을 만든 생각들’을 쫓아보며 앞으로의 기준과 방향도 함께 탐색해 봐야겠습니다.
References
[1] https://ko.wikipedia.org/wiki/피그말리온
[2] https://en.wikipedia.org/wiki/Golem#The_classic_narrative:_The_Golem_of_Prague
[3] 3000년 전에도 인공지능 있었네 https://www.joongang.co.kr/article/19750699#home
[4] 인공지능과 갈라테이아 https://m.lawtimes.co.kr/Content/Opinion?serial=141609
[5] [사 설] 피그말리온효과(Pygmalioneffect)와 리얼돌 효과(real dolleffect) https://www.cj-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4054
[6] [경남시론] 인공지능이라는 골렘의 사용법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47984
[7] AI(인공지능)와 불멸의 '신인류', 바울은 어떻게 생각할까? https://www.theosnlogos.com/entry/하나님의-형상과-인류의-미래-AI에-대한-바울의-입장
[8]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https://brunch.co.kr/@g90605/6
[9] [기고] 인공지능(AI) 시대 인문학의 역할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1/2019091101852.html
[10] 나의 몸 나의 마음, 어디까지가 진짜 나인가 https://www.hani.co.kr/arti/well/well_friend/1007074.html
[11] [신화 속 경제사]신들의 '파업' 때문에 만든 생체로봇이 '인간'? https://www.asiae.co.kr/article/2018092110552512041
[12] [Monthly Now] 'New Genesis' 인공지능 창세기 https://www.monthlypeop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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