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vs 번역가 그 승자는?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동시에 기계 번역 기술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지요.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화제가 슬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번역기와 번역가가 번역 대결(?)을 펼치면 누가 이길까?’
‘만약 번역 대결에서 번역가가 패(敗)하면 번역가의 직업군은 사라지게 되는 것인가?’
이 흥미로운 질문은 실제로 2017년에 대결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2017년 국제통번역협회에서 주최하여 AI 번역기와 인간 번역가 간의 5대 5 번역 대결이 진행되었지요.
AI 대표로는 구글, MS, 네이버 등이 나섰어요. 결과는?
번역가들의 승리였습니다.
번역가들은 평균 49점을 받았고, AI 번역기는 19.9점을 받았습니다.
번역기 중의 1위는 28점으로 구글 번역기가 차지했지만 번역가와의 결과를 비교하면 점수에 큰 차이가 있었지요. 당시 구글 번역 총괄 연구원은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구글의 AI 기술이 번역 분야에서는 인간을 압도하지 못할 것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으로도 '번역기 vs 번역가' 와 유사한 화두가 계속 떠오르게 될 것인데, 이에 대한 정답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겠으나 논의되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인사이트가 도출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번역기보다 뛰어난 번역가에게 번역맡기기
현재 번역가의 영역과 번역기의 영역은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습니다.
번역기의 신뢰도가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해당 외국어에 대해 ‘학습’ 단계에 있거나 해당 언어 학습에 베이스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번역가는 해당 외국어의 실력에 일정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하에 번역기를 문서번역 따위의 작업에 보조도구로써 사용합니다.
통/번역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복합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입니다.
단순한 언어 해석 작업에 번역사/통역사가 필요했더라면, 전자사전이 출시된 이후에는 두 직업군은 진작에 역사속으로 사라졌어야 했습니다. 물론 역량이 어중간한 통/번역사는 미래엔 도태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통역사/번역사로서의 영향력은 두 직업군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매우 크게 느껴집니다. 아직까진 비교우위에 있는편이죠.
MARVEL 영화 좋아하세요?
어벤저스3 엔드게에서 영화 후반부에 닉퓨리가 내뱉은 한 단어의 오역으로 인해서 영화 전체 스토리에 혼란을 주었던 사건이 떠오릅니다.
닉퓨리가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mother f….이라고 했으나 개봉 당시 자막의 번역본은 ‘어머니’ 라고 표현된 것.
누가봐도 영화의 맥락과 관계없는 ‘어머니’가 아닌 ‘이런ㅆ….' 정도로 번역해야 했어요. 영화가 흥행한 덕분에 해당 번역가에 대해 청와대 청원 글까지 올라왔었잖아요?
해당 번역가는 대본에 충실한 번역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이후 후속작 어벤저스4에서도 닉퓨리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은 무관했지요.😓
한 문장, 한 단어가 쓰이기까지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화자와 청자, 독자사이에서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전달하는 것이 통번역사의 핵심 역량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Apple is hot!
영미권 친구와 대화하는 중에 삼성과 애플의 대결 구도가 생겼습니다. 영미권 친구가 삼성을 좋아하고, 저는 애플을 좋아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Apple is so hot!’ 을 외칩니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외국인 친구는 ‘사과는 너무 뜨겁다’고 이해할까요? 😂
현재 구글, 파파고, 카카오 번역기는 ‘애플은 핫해!’ 라고 번역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애플은 핫해!’ 라고 번역하는 순간 더 많이 사용될 ‘사과는 너무 뜨겁다’ 의 언어적, 문법적 구조가 붕괴되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겠지요. 이런 상황은 비단 영어 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어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중국어는 성조(음의 높낮이)와 발음이 동일한 단어가 많습니다. 같은 성조와 같은 발음을 가진 글자가 수십개는 되지요. 그래서 한자의 모양으로 구분하는데요, 중국어는 이 때문에 문맥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서 유추하는 언어로써 먼저 이해하고 통번역을 진행해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nǐ yǒu jīròu ma?라고 묻게 되면 듣는 사람은 ‘너 닭고기 있니?’ 라고 이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왜냐면 jīròu (鸡肉) 라는 발음에는 ‘닭고기’라는 뜻이 있거든요. 그러나 말을 바꿔서 같은 발음인 jīròu 를 (肌肉) 라고 이해하게 되면 ‘너 근육 있니?’ 라는 뜻으로 대화가 진행됩니다.
한 언어를 통/번역으로 전달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황과 문맥의 맥락 파악 없이 제한된 정보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갑툭튀(?) 하게 되는 우리의 번역기를 사용하는 습관에 비추어 볼 때, 맥락을 학습하는 인공지능일지라도 현재까지는 번역기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번역기가 사고하는 날은 인류가 대형 사고치는 날
시대가 변하고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AI 번역기의 머신러닝도 괄목할 만큼 향상되고 있습니다.
나날이 축적되는 데이터로 번역기가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번역을 할 수 있게 되고, 감정을 가지고 상상력과 창작의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때가 도래하면 번역기와 번역가의 대결구도를 넘어서 전 인류의 모든 산업군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겠지요.
그야말로 기계와 인간의 대립구도가 형성되어 전 인류가 새로운 팬데믹에 처하게 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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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속도 면에서는 기계 번역기가 인간을 앞섭니다.
수천, 수백, 수만의 텍스트를 단 몇초만에 번역해내지요. 그러나 인간의 경쟁력은 정확성에 있습니다. 아직까지는요.
번역가는 번역의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을 커뮤니케이션합니다. 때로는 명분과 실리를 따지기도 하고, 의역과 직역을 치열하게 고민하여 더 나은 표현을 찾아냅니다. 때로는 초월번역이라는 이름으로 과감하게 의도된 오역을 선보이기도 하지요.
번역기가 감정을 갖게 되는 날, 그 때는 우리 삶의 수많은 부분이 달라질거에요. 그 날이 언제 올지, 올 수는 있는지, 오기는 할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번역기와 번역가를 비교조차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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