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리즈의 첫번째, 두번째 컨텐츠에 등장한 사례들은 대부분 인공지능에 대한 신화적 상상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대인의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이 문학적 상상에만 그친 것은 아니었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정치학>을 통해 호메로스가 <일리아스>를 통해 상상한 존재들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 위대한 철학자는 당시(고대 그리스) 사회에는 노예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역설합니다. 혹시 ‘베틀의 북이 스스로 천을 짜고 현악기의 픽이 스스로 하프를 연주하는 식’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자동 노예가 있다면 모를까. 그는 호메로스가 상상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를 인용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존재(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가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하인이 필요치 않거나 주인이 노예가 필요치 않은 경우는 꼭 한 가지 경우 밖에는 없다. 이것은 생명이 없는 도구들이 각기 마치 다이달로스(Daidalos)가 만든 동상들이나 헤파이스토스(Hephaistos)가 만든 제기(祭器)처럼 명령을 받아서 혹은 주인의 뜻을 스스로 헤아려서 일을 하는 경우이다.”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 저 / 라종일 역)
이번 컨텐츠에서는 이처럼 철학적, 논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던 인공지능을 만든 생각들을 톺아보겠습니다.
지식의 표현, 최초의 전문가 시스템
1862년 고고학자 에드윈 스미스*는 의학지식이 적힌 파피루스**를 발견합니다. 여기에는 각종 병과 그에 대한 치료방법이 체계적으로 소개되어 있었죠. 총 48종의 외상을 분석하여 진찰, 진단, 의사가 직접 치료를 실시할지 여부, 치료 과정 등의 순서에 따라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즉 만일 이런 증상을 보이면 이러한 손상이고, 이런 치료를 하면 이러한 결과가 예상된다는 내용입니다. 이거 어쩐지 수많은 ‘if ~ else’ 조건문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이 파피루스는 고대 이집트의 의료 분야 전문가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종의 정교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미 고대 이집트때부터 오늘날 전문가 시스템****에 해당하는 지식 체계가 확립되기 시작했던 것이죠.
오늘날에도 의학은 전문가 시스템이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최초의 전문가 시스템 중 하나인 MYCIN*****도 1970년대 개발되어 의학 교육과 연구를 위해 사용되었고요. 지금도 의료 전문가 시스템은 의사가 환자를 평가, 진단 및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논리와 추론, 기호주의의 기원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상은 논리학의 전형적인 연역추론******인 삼단논법*******의 대표 예시입니다. 미리 주어진 두 논제에 근거하여 다른 하나의 새로운 논제로 이끄는 추리 방법이죠. 참고로 이 삼단논법 또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단논법에 의한 연역추론은 엄밀한 논리적 규칙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귀납추론********에 비해 확장성은 떨어지나, 대신 논리의 일관성이 장점이죠. 실제로 ‘전제를 가지고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 머신러닝 이전의 모든 프로그램은 연역적인 방식으로 동작했습니다.
경험과 직관으로 판단하는 인간은 귀납법과 연역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컴퓨터 프로그램은 논리에 맞게 입력해주어야 오류가 발생하지 않죠. 인공지능도 지식을 잘 구조화, 체계화해주어야 효과적으로 정보를 인식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초기, 기호주의자들이 바란 것도 바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능적인 추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디어와 사고 과정의 기계화
13세기의 스페인 신학자 라몬 유이(Ramon Llull)는 아랍어 점성술 도구인 Zairja를 이용해 '아르스 마그나(Ars Magna)'라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기계적 수단으로 아이디어를 생성해내는 최초의 장치였죠. 그는 기계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이성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르스 마그나는 기호를 적은 종이 바퀴 형태였습니다. 이것을 이용하면 개념들을 기계적으로 결합해 주장의 논리적 조합을 생성할 수 있었죠. 이 아이디어는 후일 조너선 스위프트의 작가적 상상이 더해져 <걸리버 여행기>에서 자동으로 말을 만드는 조어기로 재창조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방법대로 한다면 예술적 창작이나 과학적 성취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든 사람이 안다. 그러나 레가도 연구소에 있는 조어장치를 이용하면 그런 작업들이 식은 죽 먹기다. 무지한 사람도 약간의 노력만 하면 철학, 시, 정치, 법률, 이론서를 창작할 수 있다."
References
[1] https://ko.wikipedia.org/wiki/추론
[2] https://ko.wikipedia.org/wiki/고대_이집트_의학
[3] https://velog.io/@bi-sz/7장-규칙기반-인공지능
[4] http://ai4school.org/?page_id=2537
[5]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인공지능-발전을-이끈-쌍끌이-학파/?cat=20169
[6] 인공지능과 심층학습의 발전사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501256174720.pdf
[7] [특집원고] 인간지능과 기계지능-인지주의 인공지능 https://scienceon.kisti.re.kr/commons/util/originalView.do?cn=JAKO201811553400322&oCn=JAKO201811553400322&dbt=JAKO&journal=NJOU00290837
[8] 머신러닝 프로젝트, 똑똑한 왕자(SmartPrince) 만들기 https://elec4.co.kr/article/articleView.asp?idx=20221
[9] A VeryShort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www.naiss.io/blog/2017/10/9/a-very-short-history-of-artificial-intelligence
함께보면 좋은 콘텐츠
인공지능을 만든 생각들을 찾아서 (1)황금 하녀와 탈로스인공지능을 만든 생각들을 찾아서 (2)갈라테이아, 골렘 그리고 아담